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미완의 모래시계

베스트리더 2022. 11. 4. 07:07

 

 

 

 

<미완의 모래시계>






내 책상 위에도 모래시계
파란 모래
노란 모래
물들인 모래

어느 것을 뒤집든 모래가 흘러내리고
뒤집는 손이 시간의 주인이다

동어반복에 빠져 있는
모래시계를 뒤집어 놓고
문장을 세 줄씩 쓰기로 한다

피라미드와 역피라미드 사이
탈출구가 아래로 뚫려 있다
앞다투어 빠져나가는 모래들 다시 갇힌다

피라미드 위에 역피라미드
아귀의 목구멍처럼 좁고 가파른 통로
세상도 나도 비좁은 지금을 통과한다

피라미드 그리고 역피라미드
텅 빔이 그들을 하나로 이어준다
빈 곳에서 빈 곳으로 텅 빈 것이 몰려간다

분홍은 3분
노랑은 10분
파랑으로는 30분

물들인 모래가 쏟아지는 시간
평온한 마음도 깊이 들어가면
산악 랠리처럼 코스가 험난해진다

시간이 빠져나간 내 눈에도
구멍이 뚫려 있다
역피라미드로 꽂힌 허공이
내 눈에 파랑을 쏟아붓는다
불벼락과 우레가 섞여 있다

사람이 드나든 지 오래된 바닥
내 눈에 무엇이 들어있는지 알 수 없다

흘러내린 모래처럼
가만히 쌓여 있는 나는
창을 흘러내리는 빗방울을 따라
보이지 않는 구멍으로 새어나간다





출처 : 계간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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